빈곤

여유롭진 않지만 따뜻한 가정에


귀한 딸로 태어나


한때는 이쁘다는 소릴 들으며


소녀로 꿈을 키우던 적도 있었지......


얼굴도 한번 본적 없는


아버지가 정해준 배필이


내 천생연분으로 알고


그 손에 이끌려


연지곤지에 부끄러운 가슴을 숨기고


누구도 가르쳐 주지 않는


무지개 빛


삶을 그렸던 새색시였을때도.....


해 뜨기 전에 들녘에 나가 황혼을 등에 업고


그렇게 그렇게


밭뙈기 한마지기도 없이 시작한 살림을


논 세마지기 밭 두마지기를 이루고


그리고 아들 둘 낳아 키우며


애들이 원하는 대로는 못해 줘도


밥을 굶기지 않고 살게 해야지 라고


모진 맘을 먹으며 살았는데


제 짝들 다 맞춰서 보내고 나니

영감 죽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남겨 놓은 재산이라고는 입에 풀칠할 수 있는 그 땅을 둘째 놈이 달란다.


친정아버지가 살아생전에


여자는 부모슬하에 있을 때는 아버지의 말을 듣고


혼인을 해서는 남편의 말을 듣고


늙어서는 아들의 말을 들으라고 하셨기에


그게 맞는 줄 알았다.


속 썩인 적 없던 놈이라


얼마나 삶이 힘들면 엄마한테 손 벌릴까 안쓰러워 주고 나니


큰놈이 이럴 수가 있느냐고 나한테 따진다.


제 놈들끼리 싸움은 차제하고라도


이 나이 먹고 집안 분란거리 만든 것 같아


이꼴 저꼴 보기 싫어


연락 없이 나왔다


평생을 농사 일만 죽으라고 했던 것 말고는 아는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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