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상

참으로 세월 많이 흘렀다. 이제 내 나이 구십....

돌아보면 나도 좋은 시절이 있었지


내 아버지 어머니에게는 나도 사랑스런 딸이었고

연지 찍고 곤지 찍어 시집왔을 때 새신랑한테는 꽃다운 부인이었다.


아들 낳아 시어른한테 사랑받고

비록 농사일로 고된 날들이 많아도 자식들 크는 재미에 피곤한 줄 몰랐다.


그렇게 세월이 가고 자식들 다 크면 행복한 줄 알았는데

이놈의 영감쟁이 무엇이 그리 급하여 벌써 가버리고....


혼자 남은 나는 자식들 짐이나 되는 무식쟁이 할마시가 될 줄

그 꽃다운 청춘은 어디로 갔는지 눈물만 난다.


그래도 정신이나 있으면 좋으련만

좋은 말로는 치매고 더러운 말로 노망병 들었으니 아이고 애재라 비재라 통재라....


아이고 영감 나 좀 데려 가오


아들은 멀리 있고 딸은 가까이 있어도 출가외인이라

저거끼리 숙덕거리더만 내를 요양원에 데려 주고 간다.


아이고 억울하고 원통해라 나를 버리고 가는구나 .....


하루 지나고 이틀 지나고 그래도 밥 잘 주고 지극 정성이니 더는 원이 없는데....

목숨이 아직 남아 있는지라 딸이 보고 싶고 집에 가고 싶은데 도무지 혼자서 자신이 없다.


그래서 트집 잡고 행패도 부려 주변을 괴롭혀도 본다.

이놈들아 너희들도 나이 들고 늙어봐라 내 마음 알끼다


그래도 내가 속으로 무지 감사하게 생각하는 줄 너거는 모르고 내 보고 치매란다.

오늘도 나는 그렇게 산다. 그래도 이곳에 있으니 행복하다.



- 요양원에 입소해 있는 할머니의 심정을 대신해 직원이 적은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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